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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학기제] 히로시마경제대학 윤OO

등록일 2023-09-14 작성자 조회수 2959 카테고리 현지학기제 참가

파견 대학 : 히로시마경제대학

파견 기간 : 2023.04 ~ 2023.08

1. 교환학생 지원동기(계기) 준비 과정 등

  유학수기를 쓰기에 앞서, ‘왜 일본어를 하냐’고 묻던 친구의 질문이 떠오릅니다. 고등학생 때 들은 질문이었는데, 선뜻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 납니다. 일본어 공부는 어릴 때부터 학습지를 통해 늘 해오던 것이었고, 일본의 만화나 노래를 일상속에 담아두고 산 탓에,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질문은 대구대학교 일본어 일본학과에 입학을 하고 잠시 잊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질문을 마주한 것은 1학년 2학기, 현지학기제 신청서를 낼 때였습니다. 지망 이유에는, 좋아하는 일본 문학을 공부하고 싶고, 앞으로도 일상속에 머무를 일본어를 더 깊이 배우기 위해 일본에서 생활하며, 일본어 능력을 기르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그 능력을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접촉이 가능한 일본 현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여서 말입니다. 지망 동기로도, 친구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도 그다지 부족하지 않은 솔직한 답이었다고, 그 당시에는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1학년에 현지학기제를 신청한 학생 중 처음으로 현지학기제를 승인받았습니다. 참고로, JLPT N1자격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지학기제를 신청할 분들을 위해, 준비과정을 날짜별로 자세히 적어보려 합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저도 많이 헤맸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팁도 공유하고 싶습니다. 

2022 10/21   현지학기제 학과공지 확인

2022 10/28   현지학기제 신청서 제출

2022 11/29   합격자 안내 메일

2022 12/6~7 서류와 온라인 폼 작성 완료

  -서류준비는 온라인 폼 작성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지망이유서, 추천서(교수님께 부탁드림), 이력서, 증명사진, 여권복사본, 건강진단서, 경비지불자 정보(잔고증명서), 언어능력 증명(JLPT), 영문 성적증명서 등 구비해야 할 서류가 많아 현지학기제 신청을 원할 경우, 우선 여권부터 사전에 준비해둘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또, 교수님과 조교 선생님께 받는 서류가 다르고, 첨부하거나 제출해야 할 곳이 많아 주의해야 합니다.

2022 12/20   학점인정 관련 서약서 제출

2022 12/27   현지학기제 단톡방 생성, Coe(*재류자격인정증명서) 샘플 배부

2023 01/11   Coe 제출

2023 03/07   Jasso장학금 대상자 발표 (매달 45000엔)

2023 03/14   일본 대학 측에서Coe 원본을 한국으로 발송

2023 03/20   Coe 원본 도착, 여행사 통해 비자 발급

   -비자 발급을 위해서는 원칙상 Coe 원본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대사관에 문의해본 결과 복사본도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원본이 빠르게 도착하여 바로 비자를 발급할 수 있었지만, 출국일이 급한 경우에는 대사관에 직접 전화 문의를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또한, 비자 서류는 미리 구비해 놓으시길 바랍니다. 서류는 비자 신청서(대사관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가능), 증명사진 1매, Coe, 여권 원본 및 사본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자대행 등을 원할 경우에도 준비 서류를 미리 찾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2023 03/28   비자완료

2023 03/31   출국

 

2. 현지 생활이나 수업에 관한 이야기 또는 공유하고 싶은 에피소드 등

  제가 들은 수업은 기본적으로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본어 수업과, 정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 역사 수업이었습니다. 교환 유학 프로그램 안에 있는 수업들은 교수님들께서 천천히 말씀해 주시지만, 정규 학생 대상 수업은 교수님 말씀이 빨라 첫 오티 때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차차 익숙해 지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청해 공부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정규 학생 대상인 수업은 일본인과 동등한 빠르기로 수업을 받아보고 싶다, 일본어 능력을 단기간에 올리는 것을 희망하는 분께 수강을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역사 수업을 수강함으로써, 긴장을 풀고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들을 수 있게 되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일본 문화 수업이었습니다. 꽃꽂이나 히로시마 시내 견학, 오코노미야키 체험, 다도 체험 등, 일본 문화에 대해 직접 알아갈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또, 교수님께서 모르는 것이나 이해가 안 되는 것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 주셔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유카타를 입고 다도 체험을 가고 싶어 입는 방법에 대해 질문했을 때도, 교수님께서는 저에게 유카타를 손수 입혀 주시면서 하나하나 알려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유카타를 말끔히 입고 다도 체험과 여름 축제에 참가하여, 아름다운 추억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현지학기제에서 딱 세가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꼽으라면, 일본의 3경(三景중 하나인 미야지마에 간 것, 밴드부 라이브 공연을 한 것, 유카타를 입고 여름축제와 불꽃놀이를 본 것을 꼽을 것 같습니다.

  미야지마는 일본의 3경으로, 물 속에 세워져 있는 붉은 오오도리이(大鳥居)가 매우 유명합니다. 기숙사에서 1시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어,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습니다. 간조 시간을 미리 조사해서 가면, 물이 빠진 오오도리이 옆을 걸어 다니며 직접 도리이를 만져볼 수도 있습니다. 또, 히로시마 경제대학은 미야지마 섬에 합숙 시설을 두고 있어, 여기서 국제 교류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합숙을 하기도 했습니다. 합숙 시설에서는 오오도리이가 매우 잘 보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창밖의 경치를 바라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합숙 시설에서 찍은 사진 ▼)

 미야지마에 간 것도 좋았지만, 밴드부에 가입하여 라이브 공연을 한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한 학기만 일본에 있기 때문에 밴드부 공연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밴드부에 속해 있는 일본인 친구가 열심히 도와준 끝에 좋은 기회를 얻어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일본에서 밴드부 공연을 해보는 것이었기에, 꿈을 이룬 것만 같았습니다. 현지학기제에 함께한 같은 과 선배님과 함께 1곡, 각각 2곡을 불렀습니다. 연습을 딱 두 번하고 올라간 무대라 많이 떨렸지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열심히 부르고 내려왔습니다. 아직도 기타와 드럼의 소리가 귀에서 울리는 듯 생생합니다. 라이브 공연에 와 준 일본인 친구가 100점 만점에 120점짜리 공연이었다는 얘기를 한 것도 마치 엊그제 같기만 합니다.

(밴드 라이브 공연 때 모습)

 

마지막으로, 유카타를 입고 여름축제와 불꽃놀이를 보러 간 것도 정말 좋았습니다.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토우카상(とうかさん축제는 유카타를 입고 즐기는 축제였기 때문에, 행사가 열리기 몇 주 전부터 유카타를 살 곳을 검색해보고, 직접 유카타를 구입하여 입고 가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여름 축제가 열리는 그 날은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그 덕분에 조금 무거운 유카타를 입고도 기분 좋게 여름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여름 축제에서 소고기 꼬치도 사 먹고, 축제 중 한국 노래가 나오는 것을 듣고 떠들썩하게 따라 불러도 보았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유카타를 입고 불꽃놀이)

 

여름 축제가 끝나고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일본인 친구로부터 불꽃놀이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소식을 알게 되자마자, 어디에서 열리는 행사인지, 불꽃이 가장 잘 보이는 포인트가 어디일지를 몇시간이고 조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누군가의 조언이나 도움 없이 혼자, 구글맵의 로드뷰 기능을 통해 불꽃놀이를 볼 장소를 열심히 찾았습니다. 그리고, 직접 조사한 그곳은, 불꽃의 꼬리부분까지 잘 보이는 숨겨진 뷰 포인트 같은 곳이었기 때문에, 좋은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습니다.

  불꽃놀이는 어릴 때 본 것이 전부라 큰 소리에 놀라기도 했지만, 하늘을 뒤덮는 불꽃에 넋을 놓고 바라보니, 놀라움도 이내 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한여름 밤이라 너무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불꽃이 밤하늘에 일순간 별을 새겨 넣을 때는, 시간이 완전히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터지는 불꽃이 사라져 갈 때는, 이제 현지학기제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서글픈 마음도 들었습니다. 마치 여운이 깊게 남는 옅은 꿈이라도 꾼 사람처럼, 아쉬움을 가득 안고 귀가했던 기억이 납니다.

 

3.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느낀 점

  유학 수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현지학기제를 다녀온 것에 대해 어떤 후회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만큼 히로시마에서 너무나도 소중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사실 현지학기제를 가기 전, 오랫동안 봐온 일본어가 과연 내 길이 맞는가에 대해, 문득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현지학기제를 갔다 온 뒤에도 이 마음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면, 일본어를 그만두자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일본어와 일본 문학을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져 가기만 했습니다. 현지학기제가 채 끝을 맺기도 전에, 또 다음 단계를 향한 계획을 짜며 들뜬 자신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저는 일본어에 대한 확신을 굳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왜 일본어를 하냐’는 친구의 질문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어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일본어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만큼 자기 자신을 빼어 닮은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삶은 결국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좋아하는 일본어를 따라가 저를 찾으려 합니다. 일본어는 외국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곁에 머무르며, 저에게 수많은 가치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것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일본어를 향한 확신, 그리고 힘차게 나아갈 힘을 얻었기에, 매우 유익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4. 후배들에게 한마디

 우연히 인터넷에서 봤던 말이 하나 떠오릅니다「勇気は一瞬、後悔は一生」  용기는 한순간후회는 한평생이라는 뜻입니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무서울  있습니다하지만사회에 나간 뒤에는 이러한 기회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아쉬움도 그리움도모두 경험한 사람의 것입니다그러니유학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주저 말고 도전해 보셨으면 합니다.

 유학수기를 마치면서, 현지학기제를 갈 수 있도록, 또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움과 조언을 주신 교수님, 조교님, 유학 센터 담당자 선생님, 선배님께 마지막으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